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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 다이어트

술 마신 다음날 몸무게가 확 느는 이유, 알고 보면 수분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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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면 왜 다음날 체중이 늘어날까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신 다음날 체중계에 올라가 보고 놀라는 경험을 합니다. 전날 저녁 분명 평소보다 덜 먹은 것 같은데, 체중이 1~2kg 가까이 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대부분 지방 증가가 아니라 체내 수분과 전해질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 교재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는 체내 수분 대사와 나트륨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체중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날 몸무게 증가는 단순한 지방 축적이 아니라 복합적인 생리 반응의 결과입니다.


알코올의 이뇨 작용과 탈수 유발

술을 마시면 소변이 자주 마렵고, 평소보다 배출량도 많아집니다. 이는 알코올이 뇌하수체의 항이뇨호르몬(ADH, 바소프레신)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이 호르몬이 줄어들면 콩팥에서 수분 재흡수가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탈수가 유발됩니다.

하지만 이 초기 탈수 상태는 다음날 아침이 되면 보상 기전으로 인해 반전됩니다. 뇌는 체내 수분 부족을 감지하고 갈증을 유발하며, 신장은 수분 배출을 줄이고 체내에 수분과 나트륨을 저장하려는 작용을 합니다. 이로 인해 오히려 몸은 수분을 더 붙잡게 되어 부종과 체중 증가로 나타납니다.


나트륨 불균형과 체액 정체

술을 마실 때 자주 함께 먹는 안주는 대부분 염분이 높은 음식입니다. 삼겹살, 치킨, 마른안주, 국물류는 나트륨 함량이 높아 체내 염분 농도를 빠르게 높입니다. 알코올 자체도 나트륨 대사에 영향을 주며 세포 외액의 농도를 변화시킵니다.

체내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삼투압 조절 기전에 의해 체내로 수분이 이동하며 수분 정체가 생깁니다. 이 상태는 특히 눈 주변, 손, 발목 등에서 쉽게 부종으로 드러나며, 체중계에서도 확연한 증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2021년 대한내과학회지 논문에서도 음주 후 다음날 측정한 체중 증가량의 상당 부분이 세포 외 수분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간 기능과 체내 대사 변화

알코올은 간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대사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대사 효소를 소모하고, 체내 글리코겐 저장량을 감소시킵니다. 글리코겐은 수분을 함께 저장하는 성질이 있어, 저장된 글리코겐이 줄어들면 수분도 함께 배출됩니다.

하지만 음주 후 보상 작용으로 간은 글리코겐을 다시 축적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수분을 끌어당깁니다. 1g의 글리코겐은 약 3~4g의 수분을 저장하므로, 간의 글리코겐 회복 과정 자체가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체온과 혈류 변화

술을 마시면 체온이 오르고 혈관이 확장됩니다.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순환혈류량이 늘어나고, 심장은 더 많은 체액을 이동시키게 됩니다. 다음날에는 이 확장된 혈류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일시적인 체액 정체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혈당이 급격히 변동하면서 인슐린과 관련 호르몬의 반응도 달라지기 때문에 지방 대사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지방이 실제로 축적되는 데는 며칠이 걸리므로, 하루 만에 급격히 늘어난 체중은 대부분 수분 무게입니다.


알코올과 장내 기능 변화

술은 장내 환경을 변화시켜 일시적인 복부 팽만, 변비, 가스 증가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체중 증가의 착시 현상을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특히 맥주와 같은 탄산 음료는 위에 가스를 가득 차게 해 복부 팽만감을 더 크게 만들며, 체중도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대한소화기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과음한 다음날 소화불량과 복부 팽만을 동시에 호소하는 비율이 60%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중 30%는 체중이 실제로 1kg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음주 다음날 체중계에 올라 놀라는 여성
음주 다음날 체중계에 올라 놀라는 여성

술 다음날 체중 증가는 '진짜 살'이 아니다.

술을 마신 다음날 체중이 늘어난 것은 지방이 쌓여서가 아니라, 체내 수분과 전해질, 혈류, 대사 상태의 복합적인 변화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1~2일 내에 정상으로 돌아오며,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숫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주 반복되면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평소 음주 빈도와 섭취량을 조절하고, 다음날에는 수분 섭취, 저염식, 가벼운 운동으로 회복을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